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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 안에 숨겨진 역사, 수안역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

by 부산여기저기 2025. 11. 15.

역사(驛舍) 속의 역사(歷史)

부산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다 우연히 마주한 놀라운 공간이 있습니다.

바로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내부에 위치한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입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나 역사관은 독립된 건물에 자리하는데, 이곳은 국내 최초로 지하철 역사 안에 조성된 특별한 공간입니다.

그저 지나치기엔 아쉬운 이곳,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육장을 소개합니다.

우연한 발견이 만든 역사관

이 역사관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 흥미롭습니다.

2005년 4월, 부산교통공사가 수안역 건설을 위해 땅을 파던 중 돌담이 발견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돌담으로 생각했지만, 2005년 7월부터 2008년 8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친 발굴조사 결과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곳은 문헌에도 기록이 없어 존재조차 몰랐던 조선시대 동래읍성의 '해자'였습니다.

해자란 성벽 밖에 땅을 파서 물을 채워 적의 침입을 막던 방어시설입니다.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해자 안에서 임진왜란 당시 희생된 약 100명의 유골과 다양한 무기, 생활용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는 현재까지 확인된 임진왜란 전쟁터 중 가장 많은 유물이 출토된 것으로, 조선시대 무기사를 다시 쓸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습니다.

이에 발굴 현장을 보존하고 역사적 의미를 기리기 위해 2011년 1월 28일, 수안역 내부에 역사관을 개관하게 되었습니다.

역사관에서 만나는 임진왜란의 흔적

약 1,029㎡ 규모의 역사관은 주 전시, 기획전시, 해자 단면 연출, 전사 그래픽 연출 등 4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 전시 공간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의 축소 모형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선 후기 기록화인 '동래부순절도'를 토대로 복원한 이 모형은 당시 동래읍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주변에는 전투에 사용된 활과 화살, 갑옷과 투구 등 무기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특히 발굴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비늘갑옷 1벌이 당당히 전시되어 있어, 왜군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려 했던 조선군의 기개를 느낄 수 있습니다.

해자 발굴 현장 재현
역사관의 하이라이트는 2분의 1 규모로 재현된 동래읍성 해자 발굴 현장입니다.

폭 5m, 깊이 1.7~2.5m의 해자 안에서 발견된 유골과 유물들이 발굴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어린아이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유골 100여 구가 나왔으며, 칼에 베이거나 둔기에 맞아 함몰된 두개골이 전투의 참혹함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특히 왜군 조총에 살해된 5세 남짓한 유아의 인골과 머리를 두 번이나 베인 흔적이 있는 20대 여인의 인골은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에서 무고한 백성들까지 무참히 학살당했음을 증명합니다.

갑옷, 투구, 창 등의 무기류와 함께 청동숟가락, 짚신, 도자기 등 당시 생활용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의 삶과 죽음을 동시에 엿볼 수 있습니다.

영상실
해자 발굴 자료와 역사적 사료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상을 통해 동래읍성 전투를 생생하게 재현한 동영상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송상현 부사

역사관을 방문하면 꼭 살펴봐야 할 것이 송상현 동래부사의 순절시입니다.

1592년 4월 15일, 2만 명의 왜군이 동래성을 포위했을 때 왜장은 "길을 빌려달라"는 글을 보냈습니다.

이에 송상현은 "죽기는 쉬워도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고 답하며 끝까지 항전했습니다.

결국 성이 함락되고 송상현은 순절했지만, 그가 부채에 눌러쓴 순절시는 오늘날까지 그의 충절을 기리는 귀중한 유산으로 남아있습니다. 부산 곳곳에 그를 기리는 동상과 '송상현 광장'이 있는 이유를 이곳에서 깨달을 수 있습니다.

관람 정보

위치: 부산 도시철도 4호선 수안역 대합실 내
관람 시간: 오전 10시 ~ 오후 7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설·추석 당일
관람료: 무료
접근 방법: 4호선 수안역 하차 후 5번, 7번 출구 방향

역사관 내부에는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설명이 함께 제공되어 외국인 관광객도 불편함 없이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함께 둘러보면 좋은 곳

수안역 인근에는 동래읍성, 동래향교, 동래부 동헌, 충렬사 등 역사 유적지가 많아 역사 테마 여행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관람 후에는 걸어서 5분 거리의 온천천 카페거리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거나, 동래 밀면, 동래 파전 등 부산의 대표 먹거리를 즐겨보세요.

가벼운 발걸음으로 만나는 깊은 역사

동래읍성 임진왜란 역사관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입니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잠깐 내려 관람할 수 있고, 규모가 크지 않아 30분~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습니다.

무료 관람인 데다 지하철 역사 안이라 날씨에 상관없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은 공간 안에 담긴 역사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420여 년 전,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목숨 바쳐 싸웠던 선조들의 희생과 항쟁 정신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부산 여행 중이거나 지하철을 이용할 기회가 있다면, 수안역에서 잠시 멈춰 서서 이 특별한 역사관을 방문해 보세요.

역사책에서만 보던 임진왜란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그 속에서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